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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자라는 강 / 김 류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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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07-09-29 00:57
조회 : 2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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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자라는 강 / 김 류 수
씨앗이 뿌려지면
역사도 자라고 온갖 풀과 나무가 자라듯
저 강의 잘고 굵은 가지에도
푸른 잎맥이 돋아나고 무성한 가지를 뻗는다
강이 품고 사는
저 산, 저 계곡, 저 산맥이 함께 꿈틀거리며
살아 있는 것들은
강의 생명을 나누어 갖는다
나도
새들처럼 강에 깃들어 산다
강의 젖무덤에 매달려 내 몫만큼의 수액을 빨면서 나는,
무심히
깊고 푸른 혈관을 타고 흐르며
모래알로 부서지는 시간을 느낀다
깨어지고 둥글어지는 것이
비단 나뿐만이 아닌 것에 안심을 한다
굳이 높은 산에 올라 내려다보지 않아도
강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태초에 거기 한 방울의 물이 있었을 것이고
그 후 오랫동안 강이 거꾸로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혹독한 계절이
나이테를 만들듯
강어귀 여기저기 가파른 절규가 그 흔적으로 남아 있고
강의 혈맥을 헤집는 내게도
습하고 모진 설움하나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언제 부터인가 나는,
강이고 싶었다 하늘을 향해 자라는 대신
바다를 향해 자라나는 강이고 싶었다
내가 꿈꾸는
거꾸로 자라는 강은
저보다 큰 바다에 깊은 심지를 내리고 산다.
강은 오늘도 자란다
퇴적된 시간의 유기물 속을 떠다니는
큰 산맥 하나 삼키고 산다
2007.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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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있는 모든 것은 자란다.
강도 한 방울의 물로 생명을 부여 받은 순간부터
자라고 있다.
너무 커서 보이지 않는 그 자람은
거저 자라는 것이 아니라
모진 절규를 안고 자란다.
산맥도 삼키고 들도 삼키며 자란다.
사람도 그러하다.
생명을 살라먹고 자라는 것이 사람이다.
강이 거꾸로 자란다는 착각은 나만의 것이다.
기실 강은 바다에 뿌리를 내리고
산과 들에 가지를 뻗으며 바로 자라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수액은 밑에서 위로 흐르는데
강은 반대로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전혀 다른 자람과 다른 꿈이 만나면
다른 세상을 잉태 할 것이다.
내게 절실한 것은 그런 꿈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또 다른 길을 가고 싶은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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